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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고] 공사중단 건축물, ‘재탄생’을 기대하며(2016.10.23)

<기고, 경향신문(2016.10,23)>

[기고]공사중단 건축물, ‘재탄생’을 기대하며

국토교통부 1차관 김경환

지난 7월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의 인천사령부가 사실 영천에 있는, 공사 중 방치된 건축물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었을까? 방치된 건물의 어수선함이 전시상황의 긴장감, 부산스러움과 맞아 떨어졌다. 버려진 공간에서도 쓰임새를 찾는 눈썰미는 세트장 마련 비용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영화의 성공과는 달리 이 건축물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예술대학교로 1995년에 처음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건축주의 갑작스러운 사고와 부도로 결국은 20여년이 넘는 지금도 미완공 상태로 남겨져있다. 실제 현장을 가보면 곳곳에 철근이 날카롭게 돌출되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고, 출입구를 통제했는데도 건물 곳곳에 담배꽁초, 술병, 이불 등이 흩어져 있는 상태다. 주위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있어 청소년들이 지나다니면서 탈선의 장소로 악용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전국에 이처럼 공사를 하다가 중단된 건축물이 몇 개나 될까? 정부에서는 공사 중 방치된 건축물이 야기하는 도시불안과 미관 훼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마련에 들어갔다. 실태 파악을 위해 2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구조기술사회 협력으로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방치 현황, 안전상태, 권리관계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387개 현장이 공사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공사 중단 기간은 153개월로, 10년 이상 중단된 경우가 전체의 62%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상태다. 안전상황을 5개의 등급으로 나눌 경우 건축물의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주기적인 안전점검을 요하는 D등급,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E등급은 19%이다. 한번 공사가 중단되면 별도의 조치 없이는 방치가 지속되는 특성이 확인된 만큼 구축된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단계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가장 먼저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현장에 출입금지조치, 가설자재 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현장별 지적사항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 해당 시·도에 전달했으며, 각 현장의 조치상황은 지속적으로 점검될 수 있도록 했다.

보다 적극적인 처방을 위해 정부는 공사중단 건축물 철거명령, 철거 후 신축, 리모델링, 토지비축 등 다양한 정비방법을 제시하고, 방치건축물 간 정비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정비기본계획을 이달 말 고시할 계획이다.

건축물 안전과 도시미관은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간 사적 영역으로만 생각됐던 부분에 공공이 개입하게 된 직접적 이유다.

관련 법적 근거와 정부의 관리체계가 시작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지자체와 방치건축물에 책임 있는 개인도 같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쓸쓸하게 남아있는 건축물이 오히려 새로운 공간으로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건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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