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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고] 기반시설 안전강화, 미래를 위한 건강검진

기대수명이 높아지며 정기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건강검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초기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놓치기 쉬운 질병들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반시설의 유지관리는 우리 몸의 건강관리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이 정기검사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간단한 수술과 치료로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듯, 기반시설도 관리계획에 따라 정기적인 점검과 적절한 보수보강을 한다면 훨씬 더 오랫동안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구감소와 함께 교량, 터널 등 기반시설 노후화에 따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기반시설의 급속한 노후화 문제가 대두됐다. 긴급 대응이 필요할 정도의 붕괴 위험이 높은 교량이 45%에 달할 정도로 소위 ‘황폐화하는 미국’의 상태가 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인프라 재건을 위한 1조5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반시설에 대해 유지보수를 선제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도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세수감소와 사회보장 비용의 증가로 인프라 유지관리에 필요한 재원이 축소되며 심각한 기반시설 노후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점검-유지보수-데이터베이스화를 축으로 하는 유지관리 사이클의 도입과 함께 사후 대처가 아닌 예방보수로 시설물의 장수명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반시설 노후화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향후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 속에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생활안전에 취약한 요소를 조기에 발굴해 개선하고 관련 예산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적·종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사물인터넷 드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유지관리 기술을 위한 많은 과제도 담았다.

특히, 정부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 철도 등 중대형 인프라 7종과 지하시설물 8종에 대한 안전 취약요소를 조기에 찾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총 7조1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국비 5조 원, 공공·민간 3조 원 등 8조 원 규모로 투자를 확대해 오는 2023년까지 총 32조 원을 노후 기반시설 안전강화에 투입한다.

많은 기반시설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공과 민간기관이 자율적이고 선제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할 계획이다. 안전장비나 시설 설치에 따른 세액을 공제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에도 안전에 대한 투자는 부채에 포함시키지 않고 안전강화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도 부여할 것이다.

내년에는 인프라 총조사를 실시해 기반시설의 제원과 노후화 정도, 상태, 점검·보수보강 이력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이 자료들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취약 기반시설 지역 분포와 시설 종류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데이터가 구축되고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지면 예산 투입이 필요한 분야와 시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향후 급격한 노후 기반시설의 증가에 따른 부족한 예산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잘 관리하고 지켜야 한다. 병이 생긴 후에 나으려면 그만큼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우리나라 기반시설의 노후화 상태는 아직 선진국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현재가 기반시설 안전투자의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선제적인 관리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미래세대가 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하루빨리 선제적인 노후 시설물 안전관리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국가뿐 아니라 공공·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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