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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기고] 택시 문제의 본질과 돌파구 찾기...

우리나라 택시는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고급 교통수단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송분담률이 9%에 이를 만큼 공공교통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서민의 발로 인식되고 있어 서비스 형태와 요금 등에서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서 최근에는 신산업에 대항하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산업의 대표사례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산업생태계는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IT와 통신,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은 타 분야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고 이를 통해 혁신성장의 가능성을 열게 되는데,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이동(Mobility) 시장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택시를 비롯한 기존 교통산업과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모두의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해법도 달라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택시 서비스를 두고 택시기사의 자질과 태도만을 탓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택시의 수요는 다양화·고급화되고 있으나, 강한 규제로 획일적인 서비스 형태와 요금이 강제되어 왔다. 안정적 근로환경과 최저임금이 법에 의해 보장되어 온 타 산업과 달리 사납금제라는 전근대적 관행이 유지되고 있고, 개인택시의 경우는 고령화로 인해 안전이 우려됨에도 세대교체가 어려운 상태가 방치되어 왔다.

이 같은 정책실패의 결과 손님 입장에서는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택시가 없고, 서비스 수준은 낮으며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는 승차거부를 당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택시기사는 기사대로 저소득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동(mobility) 분야에서의 혁신성장은 첨단 IT 기술이 이러한 택시산업의 근원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때 실현 가능하다. 인터넷과 실물의 융합(O2O)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택시산업 서비스의 개선과 체질 개선의 촉매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택시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택시에 규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손님이 있는 곳을 미리 예측하고 택시를 배치함으로써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택시운행 정보를 시스템으로 관리하면 사납금 대신 월급제 운영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단거리 손님 거부로 택시업계 전체의 파이를 줄이는 행태를 방지할 수 있다. 사전예약제와 앱미터기를 활용하면, 다양하고 창의적인 서비스 제공은 물론 택시의 차종과 디자인을 차별화할 수 있다.

정부는 택시와 IT의 융합을 통한 상생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수요응답형 택시영업에 대해서는 획기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엄격한 면허와 규제로 관리되어 온 기존산업과 규제가 없는 상태로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 간 형평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내고 택시면허를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젊은 인력이 개인택시 시장에 좀 더 쉽게 진입하도록 하여 안전도와 가동률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택시 업계에서 물러나는 노년층의 노후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장치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택시-O2O업계 간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진 지 100일을 경과하고 있다. 후속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아쉽지만 대타협의 정신에 입각한 세부적인 조치들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우선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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