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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기고] 개인형 이동수단, 안전과 함께 달려야

< 기고문, (`20. 12. 7.(월) 파이낸셜뉴스 게재>

개인형 이동수단, 안전과 함께 달려야

손 명 수(국토교통부 제2차관)

1913년 미국에서 나온 ’오토패드’는 운전대를 접을 수 있는 등 지금의 전동킥보드와 매우 유사했으나 초창기 모터 킥보드들은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지는 못했다. 다른 이동수단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렸고, 좌석이 없어 불편해 수요 창출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당시의 미흡했던 도로교통 인프라와 안전체계에서 마치 무법자처럼 돌아다니는 킥보드의 위험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잊혔던 전동킥보드는 21세기 들어 근거리 이동과 레저용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개인형 이동수단 판매량이 2017년 7만대 수준에서 2019년에는 누적 17만대 이상으로 불과 2년 사이 10만대 이상이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처음 시작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15개가 넘는 업체가 4만대 이상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모빌리티 공유경제의 급성장 속에 개인형 이동수단 세계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이면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초창기 킥보드처럼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개인형 이동수단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 더욱이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가 늘며 관련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20년 현재 688건으로 3년 만에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어 사고를 일으키는 고라니에 비유해 ’킥라니’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안전 문제는 해외에서도 논란거리다. 이에 각국 정부는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증가에 따른 교통질서 혼란과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프랑스는 인도 주행과 과속에 대해, 스페인은 음주운행 시 벌금 규정을 마련했다. 독일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통해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8월 개인형 이동수단에 초점을 맞춘 이용 활성화 및 안전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도로교통법 개정과 더불어 개인형 이동수단과 관련한 법률 제정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고, 안전한 이용을 위해 주·정차 제한구역과 도로 등의 인프라 개선 노력도 진행 중이다.

속도 하향에 관한 논의도 필요한 과제다. 현재 최고 시속이 25㎞인 개인형 이동수단은 속도가 증가할수록 사고 충격은 높아지고, 사고 발생에 대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대속도를 시속 20㎞로 낮추고, 스쿨존에서는 시속 10㎞까지 하향하는 실증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안전한 이용 문화의 확산과 실천이 이루어질 때 개인형 이동수단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이동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공유PM 대여사업자,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축하고 안전한 이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유다. 개인형 이동수단 공유서비스 업체들이 대여연령을 자발적으로 조정해서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협의체를 통해 이용질서를 확립하고 안전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출발시키기 위해서는 한쪽 다리를 먼저 내딛고 나머지 다리를 올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전거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거쳐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듯, 지금의 개인형 이동수단은 이제 막 한쪽 다리를 내디디고 있다. 개인형 이동수단이 안전과 편리함을 모두 싣고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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