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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고] 철도 사랑은 우리말 사용으로부터

[국민일보 기고] 철도 사랑은 우리말 사용으로부터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

‘기차역 내 발착선 수량을 늘려야 한다.’
‘모든 승객은 승무원의 개찰에 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열차는 중련열차로 운행할 예정입니다.’

이 문장들을 읽으며 뜻을 한 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철도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발착선, 개찰, 중련이라는 단어 앞에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한문 그대로 사용됐던 시발역을 출발역으로, 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발착선을 출발도착선으로 바꾸면 어떨까? 철도종사자들은 물론 국민도 철도를 더 쉽게 이해하고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철도는 1950년 한국전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산업을 견인해온 교통의 주역이다. 2004년 세계 5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한 우리나라는, 현재 1일 1,200만명 이상 수송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 운영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국민 일상에 깊숙하게 스며든 철도 분야에 아직 일제의 잔재가 남은 용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18년 철도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 사업을 시행하고 15개 용어를 표준화 고시한 바 있다. 국민이 철도 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여 보급한 첫 시도였다. 학술정보·신문검색 시스템 등을 통해 선정된 ‘핸드레일, 열차시격’ 등 15개 철도 용어가 ‘안전 손잡이, 배차간격’ 과 같은 우리말로 순화되었으며, 이는 표준화 사업의 기분 좋은 출발이라 하겠다.

더 나아가 지난 3월, 국토교통부는 철도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를 구성하여 표준화를 본격화 하였다. 관행적으로 쓰여 온 불필요한 외래어와 어려운 전문용어, 일본식 한자표현 중 관련 문헌, 현장, 언론 등에 표출된 빈도, 중요도, 역사성 등을 고려하여 대상을 선정하였다, 또한 철도 종사자,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와 국민들의 의견도 놓치지 않았다.

현재 103개 용어가 최종 선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 심의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바라스트 레큐레이터, 에이티에스’와 같은 외래어는 ‘자갈 정리 장비, 열차 자동 정지 장치’와 같은 쉬운 우리말로, ‘신호모진, 고상홈’과 같은 일본식 표현도 ‘신호 위반, 높은 승강장’ 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뀌게 될 것이다. 표준화 고시로 표준어가 확정되면 철도 관련기관 내부규정, 철도 교재 등에 표준어가 사용되도록 권고하여 철도 종사자들과 국민들이 쉬워진 용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철도가 국민들의 일상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표준화된 용어들을 철도 이용현장과 언론에 자주 사용하도록 홍보하는 노력 역시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전 세계가 한글로 된 문화콘텐츠를 다양하게 즐기고 있는 요즘, 우리말로 다듬어진 철도용어들도 국경을 넘어 세계를 이어가는 매개체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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