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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通卽不痛, 철도로 동아시아 경제번영 이끌어내야…

“通卽不痛, 철도로 동아시아 경제번영 이끌어내야…”


김 경 욱(국토교통부 제2차관)


동의보감에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몸에 피(血)와 기(氣)가 원활히 흘러야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아프지 않는 것은 비단 인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흔히 철도를 경제의 대동맥이라고 한다. 철도는 시장을 확대·통합하며 투자와 생산성을 높이고 연관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지역을 잇는 철도가 제대로 연결될 때 주변 지역은 더욱 건강해진다. 새로운 문화가 발전하고 지역 경제는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국가 경제발전에 철도 투자가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포겔(Fogel, 1964), 맥그리비(McGreevey, 2008) 등 여러 차례의 실증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정부가 동북아시아의 상생번영을 위해 철도공동체라는 처방을 내놓은 데도 이 같은 사실과 기대가 녹아들어 있다.

지난 9월 4일 서울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작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통해 처음 제안됐다. 동아시아의 경제번영과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몽골,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시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철도를 매개로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국가 간 협의체다. 이번 세미나는 관계국 대부분이 모인 자리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세부구상과 추진방안을 알리는 첫 공식 국제행사로서 의미가 있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관련 7개국의 국가총생산량(GDP) 합계는 39조6천억 달러로 세계 GDP의 절반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1억1천여 명이 이 7개 나라에 살고 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참여 국가 간 교류도 활발해 교역비중이 25%에서 최대 89%에 이른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완성된다면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충분하다.

그럼에도 7개국의 중심에 위치한 한반도 북쪽, 중국 동북지역과 극동러시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디다. 지역을 넘어 국가와 국가를 이어주는 물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막힌 결과다. 이런 면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현재 동북아시아가 처한 불통즉통(不通卽痛)한 상황을 타개하고, 공동번영을 이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은 끊어진 철도를 연결하고 현대화시켜 철도망을 공급하고, 한국과 일본, 미국은 아태지역의 광대한 물류를 완성된 철도망에 흘려 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관계국들은 철도 연변을 중심으로 경제특구, 관광, 에너지 및 자원개발 등 다양한 경제 협력 사업도 효율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시아는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성장하여 잠재력을 꽃피우게 될 것이다. 관계국들은 이로 인한 이익을 나눠가져 공동 번영을 이룩하고 나아가 역내 평화체제도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와 평화·안보적 가치를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7개국 모두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은 비록 북핵 문제, 한일 외교 문제, 미중 경제 대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변화무쌍한 국제관계의 특성 상 갑자기 급진전될 수도 있다.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고,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며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신속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미리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다. 추진 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부터 재원조달 방안 마련 등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완성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를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실현되어 지역의 대동맥인 철도를 통해 물자와 사람이 원활히 흐름으로써 동아시아가 불통즉통(不通卽痛)이 아닌 통즉불통(通卽不痛)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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