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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고] 안전, 새로운 철도 르네상스의 기반

<기고문, 헤럴드경제(’19. 12. 19.(목) 게재>

안전, 새로운 철도 르네상스의 기반

김 경 욱(국토교통부 제2차관)

철도의 탄생은 인류의 생활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철도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장거리 여행이 늘어났고 도시는 팽창됐다. 물자 수송이 쉬워지며 산업 양상은 농업경제에서 벗어나 대규모 제조업으로 바뀌었다. 평범했던 프랑스의 항구도시 ‘니스’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하게 된 것도,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던 모나코공화국이 부유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철도가 이어진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120년 전 ‘모갈 1호’가 제물포를 향해 노량진을 떠나며 철도시대를 열었다. 이후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등이 차례로 만들어졌고, 1970년대 중반부터는 도시철도가 건설되며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2004년 개통된 고속철도는 전국을 반일 생활권으로 만들며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변혁을 불러왔다. 우리 땅에 열차가 달린 지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철도 총연장은 5천 여 km에 달하고 연간 이용객 수는 40억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지역발전과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철도의 역할과 파급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내년도 철도 예산이 올해보다 26%가량 늘어난 7조 원 규모로 확정되며 도로 관련 예산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추진, 신기술 개발과 국제철도 연결을 위한 기반조성 활동 등도 추진되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철도가 다시 부흥기에 진입했지만, 양적 팽창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발전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항공산업이 이를 잘 보여줬다. 2000년 미국의 항공 이용객 수는 600만 명에 달했지만, 이듬해 9·11 테러가 발생하며 550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나서야 겨우 600만 명 수준을 회복했다. 이렇듯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그간 정부는 안전한 철도를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2004년 「철도안전법」을 제정해 안전관리를 체계화하고, 안전수준을 높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를 기준으로 철도사고 사망자 수는 2004년에 비해 약 82%, 사고 발생 건수는 약 85%가 줄었다. 국제철도연맹(UIC)과 유럽철도국(ERA)은 연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단시간 내에 안전성을 개선한 국가이자, 철도 안전성이 매우 우수한 국가로 평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강릉선 KTX 탈선사고와 오송역 단선장애, 올해 10월에 발생한 밀양역 작업자 사고 등으로 철도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철도시설물과 안전설비 노후화 비율이 약 38%에 달하는 만큼 이에 대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기존 철도의 고속화, 무인운전열차 확대, 국제철도 연결 등 새로운 환경이 가져올 안전 문제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더 안전하고 편리한 철도를 만들기 위한 ‘제3차 철도안전 종합계획’ 수정안을 마련 중에 있다. 이 계획에는 우리나라 전체 철도 사고 및 사망자 감소목표를 기존보다 크게 높일 계획이다. 철도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안전시설의 확충 및 개량, 노후 차량 교체, 새로운 안전기술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철도 사고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사자의 안전 확보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10여 년간 철도안전 각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은 결과, 우리나라는 철도안전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제 다시 한 번 정부는 물론, 철도안전 관련 분야의 운영기관, 전문가, 산업계 모두가 합심해 철도안전 이슈를 해결해야 할 때다.

‘국민의 발’ 철도에 안전이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현장에서부터 안전대책 이행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정부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새로운 철도 르네상스가 안전의 기반 위에서 꽃피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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