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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기고] ‘응답하라 2019’, 사회주택 ('19. 2. 20.)

몇 해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많은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 ‘덕선이네’는 이웃들과 함께 김장을 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골목 평상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으며 서로의 대소사를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쌍문동 봉황당 골목에서 서로의 정을 느끼며 더불어 사는 이웃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공동체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남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나만의 공간을 찾고 ‘혼밥’, ‘혼술’을 즐긴다. 심지어 TV 예능도 혼자 거주하고 혼자 생활하는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도시에서의 주거는 이웃 또는 주민 간 공동체 형성은커녕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저성장이 지속되며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소득은 줄어 청년‧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집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인권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집 없이 사람은 살 수 없고 행복할 수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10명 중 6명이 채 되지 않는다. 주거 서민들은 전월세 부담을 짊어진 채 2년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주거의 불안정과 잦은 이사로 인해 정겹게 인심을 나누던 이웃 공동체는 점차 사라져 갔다.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이 부담 가능한 저렴한 임대료로 오랫동안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재작년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발표한 사회주택 공급 활성화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사회주택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다. 나라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기존의 공공주택이나 민간주택과 차이가 분명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회주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회주택은 보통 소규모로 공급되며 입주자 특성에 따른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가능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낮은 임대료와 높은 주거 안정성이라는 장점과 함께 이웃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것 역시 큰 특징 중 하나다. 비싼 주거비와 취업 걱정에 놓인 청년층에게 안정적 주거와 함께 창업 지원서비스 또는 커뮤니티를 제공할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주거와 돌봄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할 수도 있다.

이처럼 수요자를 중심으로 주거안정은 물론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로 사회주택을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주택공급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사회주택은 하드웨어와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형태다.

정부는 이 같은 사회주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자금조달 지원 등 사회주택 활성화에 필요한 기반을 만드는 데도 힘써 왔다. 그러나 사회주택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도나 인식, 공급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최근 마련한 사회주택 활성화 방안에는 이러한 현실 인식과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사회주택의 개념에서부터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방안, 사회적 경제주체의 역량 강화 등 전반적 내용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주택의 확산과 동시에 사회주택 활성화 기반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키고 이웃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힘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지자체, 사회적 경제주체, 입주민 등 모든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역할 분담,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지속적인 협업과 노력을 바탕으로 사회주택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하루빨리 형성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국민이 주인인 집, 함께 살아 좋은 집’인 사회주택이 주택공급의 한 축으로 오롯이 자리 잡고, ‘응답하라 1988’의 이웃 간 정을 나누는 풍경이 향수가 아닌 현실이 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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