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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기고] 부동산 거래의 진화 '전자계약 서비스'(2016. 12. 14.)

<기고, 문화일보(2016.12.14)>

부동산 거래의 진화 ‘전자계약 서비스’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119만. 147만.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주택매매 거래량과 전·월세 거래량이다. 전체 가구가 약 2000만이니 100가구 중 12가구는 주택 매매계약을, 14가구는 전·월세 계약을 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오피스와 상가를 포함할 경우 부동산 거래량은 훨씬 더 많아진다.

부동산은 고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거래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안방에서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상점의 물건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 관행은 아직 아날로그 방식이다.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종이 계약서에 서명해 계약을 하고, 계약서를 들고 법원으로 가서 소유권 등기를 하는 등 단절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부동산 거래 관련 사기범죄가 종종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이런 낡은 방식을 탈피해 시대에 걸맞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은 한마디로 ‘내 손 안의 부동산 안심 거래’다. 국민은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 PC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부동산 계약을 할 수 있다. 또한, 전자서명과 공인인증 방식의 도입으로 거래의 안전도 보장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거래자들은 다양한 편익을 누릴 수 있다. 임차인은 전자계약과 동시에 자동으로 임대차계약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고 실거래가 신고의무도 이행할 수 있다. 신청 서류를 간소화해 시간이 절약될 뿐 아니라, 번거롭게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전자계약을 이용하면 계약서 위·변조, 이중계약 등 사기 범죄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거래에 필요한 통합 정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거래가 투명해질 것이다. 나아가 이 시스템이 다른 서비스와 결합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시범단계인 부동산 에스크로 서비스(escrow service)나 금융기관 대출업무 등과의 융·복합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금융기관 등 제3자가 거래대금을 보관하다가 거래가 정상적으로 완료됐을 때 이를 지급하는 서비스이다. 실제로 몇몇 시중은행에서는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과 연계해 고객이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는 대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이 아직 기대만큼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인지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공인중개업자와 일반인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하고, 전자계약이 가능한 공인중개업소를 인증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기술 발달이 가져오는 새로운 생활 방식은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녹아들게 된다. 스마트폰이 도입돼 대중화하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부동산 전자계약도 5년 내지 10년 안에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편리하고 경제적이며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은 부동산 거래부터 등기, 세금 납부에 이르기까지 안전하고 편리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게 될 수도 있다.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고 말했다. 어쩌면 부동산 전자계약은 우리가 실감하지 못하는 새로운 도약의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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