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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고] 에너지 효율 향상 ‘그린 리모델링’ 건물가치도 높인다

[동아일보 기고] 에너지 효율 향상 ‘그린 리모델링’ 건물가치도 높인다

국토교통부 제1차관 이원재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지난 지 한참이지만 이제야 추위다운 추위가 느껴진다. 온도에 민감한 개나리 같은 봄꽃들이 초겨울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걸 보면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새삼 느낀다.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2018년 5210만 t 대비 88.1% 탄소 감축을 공식 목표로 선언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체 배출량 중 24% 이상(2018년 기준)의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해 다양한 녹색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매년 새로 짓는 10만 동 이상의 건축물에 대하여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약 720만 동에 이르는 기존 건물이다. 특히 전체 건물의 약 74.5%가 에너지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은 지 15년 이상 되는 노후건물이다. 정부는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한 개·보수 공사를 ‘그린 리모델링’으로 규정하고 공공과 민간 분야에 많은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민간의 참여를 위해 2014년부터는 금융 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건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분야에서 그린 리모델링이 실행된 건축물은 겨우 7만 건이며 그마저도 대부분 아파트의 창호 공사에 치중되어 아쉬운 성적을 보였다.

민간 분야의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많은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사업 특성상 이자 지원만으로는 건축주를 설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몇 가지 대안적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

첫째 ‘그린 리모델링 인정제’다. 그린 리모델링 공사 내용을 건축물 대장에 등재하고 공사 이력을 조회, 발급해 주는 등 국가 공인으로 증명·관리하면 부동산 가치 상승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민간에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조세 또는 재정지원 혜택이다. 건축물 관련 건설, 등록, 유지, 매매, 임대 등에 의해 발생되는 조세 또는 비용에 대해 그린 리모델링 시행 건물을 일부 감면하거나 재정 지원하면 세금 또는 비용 부담이 많은 건축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연계 정책’이다.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가 정비되면서 ESG 경영 등급이 기업투자의 기준이 되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기업이 소유 건물을 그린 리모델링하고 사용 에너지와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면 정부가 이를 ESG 경영지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기준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하여 기업의 호응을 높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공감과 인식의 변화다. 그린 리모델링이 노후 건축물만 바꾸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혜택으로 이해와 공감대를 높인다면 2050 탄소중립 목표도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공간인 건물이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공간으로 거듭나는 날까지 정부는 그린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여 탄소중립 시대로 슬기롭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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