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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기고] 늙은 신도시, 새로운 해법

[서울경제 기고] 늙은 신도시, 새로운 해법

이 원 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

1988년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에 따라 1기 신도시가 출발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녹지, 도로, 편의시설로 어우러진 계획도시들은 국민들에게 살고 싶은 도시 공간으로 다가왔고, 당시 주택 부족과 부동산시장 불안이라는 사회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후 2기·3기 신도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 개발은 1기 신도시를 기준으로 삼아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지금,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들은 과거의 영광을 찾기 힘든 모습들이다. 주민들은 필터 없이는 쓸 수 없는 녹물, 누수와 균열 문제로 불안에 떨고 있으며 매일 치러야 하는 주차 전쟁, 시끄러운 층간소음은 이웃 간에 다툼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도시 전체적으로도 90년대 초반에 아파트와 기반 시설이 한꺼번에 만들어지다 보니 노후화가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어 정비와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짓는 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광역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토지이용계획이 경직적이고 유휴부지 활용 면적이 적은 노후계획도시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전체적인 도시 구조를 재편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출범과 함께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국민께 약속드렸으며 국정과제로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1기 신도시 정비 민관합동TF’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였다. 또한, 주민, 지자체, 총괄기획가, 도시·주택분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3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특별법의 핵심은 노후화된 계획도시들을 미래 도시로 전환하는 것이다.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주거지와 도시환경을 최신 트렌드에 맞춰 기능을 강화하고, 자족기능을 늘려 단순 베드타운이 아닌 주거·상업·일자리가 복합화된 압축도시(Compact City)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도시계획이 가능하도록 도시·건축 관련 특례를 부여하는 한편, 기부채납 등을 통한 적정한 수준의 공공기여로 기반시설 재투자 재원에 활용하고 지역 간 형평성도 확보한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통과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한편, 제정 이후 시행령 마련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닭장 아파트’와 같이 단순히 용적률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공간의 품질을 확보하고 주민의 삶을 더 쾌적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무엇보다도 그곳에 살고 계신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국토부는 3월부터 현장점검과 간담회를 꾸준히 진행 중이며 지역별로 총괄기획가를 위촉해 주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주민들의 우려와 걱정은 덜어드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모두가 기대하는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속도감 있게 제시해 나갈 것이다.

도시도 사람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이 함께 퇴보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다. 30년 전 국민 주거 안정의 주춧돌 역할을 했던 1기 신도시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정비를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도시개발 기준을 탄생시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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