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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고] 수소사회, 문제는 시간이다

“나는 언젠가 물이 연료로 쓰일 날이 오리라고 믿네. 물의 구성 성분인 수소와 산소가 개별적으로 쓰이든 동시에 쓰이든 간에 무진장한 열과 빛을 제공해주는 에너지원이 되리라고… 물은 미래의 석탄이지” 1874년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이 발표한 소설 신비의 섬(The Mysterious Island)의 한 구절이다. 놀랍게도 이미 150여 년 전 ‘수소사회’를 예견한 것이다.

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화석연료와 달리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고,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자원이다. 장거리 수송과 저장이 쉬우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 역시 장점이다. 온실가스 배출도 적어 친환경적이다. 특히, 수소차는 주행하면서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효과까지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수소사회를 하면 좋은 것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보급, 수소충전소 1,000개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수소기차를 시범 운행한 데 이어 2040년까지 디젤열차를 모두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느 나라보다 일본의 대응이 가장 재빠르다.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수소사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수소차는 물론 트럭, 지게차, 가정용 보일러 등 일상 영역으로 수소를 끌어들이고 있다. 수소차와 수소충전소의 관계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논의가 아닌 서로 ’꽃과 꿀‘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충전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해 왔다. 그 결과 일본은 이미 100기의 수소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소시대를 열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매우 더뎠다.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18곳에 불과하고 그중 일반인이 충전할 수 있는 곳은 얼마 전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등에 새롭게 설치된 3기를 포함해 14곳뿐이다.

그마저도 안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우려 때문에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해 수소차 이용자의 불편이 크다. 가까운 일본은 도쿄타워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도쿄시 한복판에, 프랑스 파리에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에펠탑 인근 알마광장 내에 수소충전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올해 하반기가 되면 ‘규제 샌드박스 1호’로 국회 내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선다. 그리고 세종시에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정부종합청사와 도심에 각각 수소충전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수소 활용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고, 핵심부품의 99%에 대해 국산화를 이루었다. 지금까지 한 번 충전으로 가장 먼 거리인 609Km를 달릴 수 있는 수소차 역시 우리 기업의 모델이다. 또한, 발달된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 이미 수소를 생산해 활용하고 있을 만큼 산업 기반과 경험이 풍부하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 대 이상, 수소충전소는 1,200개소 이상을 구축하고 연료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수소택시 8만 대와 수소버스 4만 대, 수소트럭 3만 대를 공급해 대중교통 패러다임도 청정 수소로 변화시켜갈 것이다.

로드맵에 따라 2040년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사회에 진입하면 수소차 생산 확대 등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만 42만 명에 달하고 43조 원의 경제적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일정 부분 자급할 수 있게 돼 경제는 더욱 안정적이고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경제를 향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에 우리의 저력을 더한다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미래 핵심 산업이 될 잠재력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길’에 대한 선점이 중요하다. 하루빨리 우리 대한민국이 수소경제라는 기회의 문을 활짝 열고 탄소경제 시대의 에너지 속국이 아닌 수소경제 시대를 주도하는 에너지 독립국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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