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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고] 수도권 GTX, 시민들의 고통 해결을 위한 복지 대책이다

<기고문, 조선일보(’19. 11. 19.(화)) 게재>

수도권 GTX, 시민들의 고통 해결을 위한 복지 대책이다


단언컨대, 서울 중심가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왜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 보급이 복지의 영역인지를. 경기도 일산에서 살아온 지 18년. 수면 시간이 평균 5시간을 넘지 못한다. 수도권 시민은 소득수준과 관련 없이 교통 복지의 긴급 요(要)수요자다. 광역교통 서비스 혁신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관 취임 후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마땅히 교통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일이었다. 특히 GTX A노선은 2014년 일산~삼성 구간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지만 파주연장선은 표류 중이었다. 3년이나 지난 2017년 11월이 돼서야 파주연장선도 예타를 통과했다. 통상 민간투자 철도 사업은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 고시에서 실시계획 승인(착공)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관련 절차를 1년으로 단축시켰다. 민간 사업자 협상과 실시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고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쟁점들도 수십 차례의 협의를 거쳐 조기에 해결했다. 불필요한 관행을 깨고, 과감한 선택과 혁신으로 속도감을 높인 결과였다.

경직된 제도 운영으로 지지부진했던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사업도 있다. 2003년에 예비타당성조사에 돌입했으나, 경제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백지화됐다. 총사업비 7981억원 중 주민들이 낸 광역교통시설 분담금이 5000억원에 달했다. 자기 분담금이 예타에 반영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사업이었다. 국토부는 2017년 말 재기획 용역을 실시했고, 정부가 예타 제도를 개편하면서 올 4월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무려 16년이나 끌어오던 사업을 16개월 만에 기사회생시킨 것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C노선은 지난해, B노선은 올해 각각 예타를 통과했고 신안산선도 지난 8월 예타 통과 16년 만에 첫 삽을 뜨는 등 그간 곡절 많았던 핵심 광역교통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렇듯 철도 사업에 특별히 공을 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확장하는데 교통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의 ’인구 대비 도시·광역 철도 연장’은 뉴욕, 파리, 런던과 같은 대도시권에 비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 결과 거리의 ’차이’는 ’차별’로 굳어졌다. 이에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달 ’광역교통 2030’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는 광역교통망의 근본적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140개의 사업과 종합 교통 대책이 담겨있다. 2030년까지 70분 이상 걸리던 서울 주요 거점까지의 시간 거리를 30분대로 대폭 줄인다는 구상이다.

혹자는 이 구상을 재원 조달 대책 없는 선심성 사업으로, 혹자는 명분을 달리한 대규모 토목 사업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2030 추진에 필요한 재원에는 국비만이 아니라 민자, 지방비,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등이 다양하게 투입될 것이다. 실제 GTX A는 정부 부담이 29%, 신분당선 광교~호매실은 26% 수준이다. 이번 구상의 예상 국비 소요는 연간 3조~4조원 정도로, 국토부 한 해 예산(2019년 18조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토목은 영어로 ’Civil engineering’이라고 한다. 군사용(Military engineering)과 달리 시민을 위한 공사라는 의미다. 시속 20㎞의 도로에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아 시큰거리는 무릎과 이번 차를 놓치면 지각이라는 절박감에 일단 몸을 욱여 던져야 하는 괴로움은 왜 보편 복지의 영역이 될 수 없는가.

국민 80%의 고통에 눈감지 않는 정부, 대도시권의 거리를 좁히는 정부. 그 앞에 붙는 최초라는 수식은 결코 영광이 아니다. 뒤늦은 책임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교통은 복지다. 그래서 문제는 다시,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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