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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고] 도시재생뉴딜 1호의 준공, 그 마침과 시작

<동아일보 기고문 (’20. 11. 26(목) 게재>

도시재생뉴딜 1호의 준공, 그 마침과 시작

김 현 미(국토교통부 장관)

운동화와 편한 복장이 필수인 공연이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 맥베스가 백여 개의 방이 있는 호텔에서 3시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각기 다른 층에 내린 관객들은 피에 젖은 맥베스를 목격하기도 하고 유령을 만나기도 한다. 함께 입장했지만 아무도 똑같은 공연을 보지는 못한다는 뉴욕 최고의 화제작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다. 극이 진행되는 건물은 호텔이지만 실상은 공연을 위해 창고를 개조한 것이다. 극장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예술인들이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실험극은 이제, 당당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티켓파워가 가장 큰 문화상품이 됐다.

조금 늦었지만 우리도 열심히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문화콘텐츠 강국이지만 창작자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했다. 예술인 대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고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갖기도 쉽지 않았다.
이에 만화의 도시 부천에서는 행복주택 사업과 결합해 국내 첫 ‘문화예술인 주택’과 함께 ‘웹툰 융합센터’를 짓고 있다. 서울 국립극장 부지는 공연 관련 예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복합단지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예향의 도시, 전주와 밀양에서는 무형문화 전승에 특화된 새로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기본적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공간은 물론, 공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다면, 그 꿈은 종사자만이 아니라 도시의 활력이 되고 더 나아가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이러한 실험은 현재 전국 181개 지자체, 총 354곳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500여 개의 세부사업에 매년 약 1조5천억 원의 마중물 예산이 뉴딜사업지에 지원되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6곳이 사업을 완료하게 된다.
준공 1호는 2017년 ‘우리동네살리기’ 시범사업에 선정된 경남 하동의 광평리다. 이 마을의 노후 주택은 안락한 공간으로 변신했고, 경전선이 다니던 폐선 철로는 공원으로, 오랜 시간 방치되어있던 공가와 폐가들은 창업공간과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됐다.
단절됐던 철길 마을은 이제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접근성이 우수한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사업이 지역주민의 주도 아래 수요맞춤형으로 이루어졌고 운영 또한 주민들이 주축이 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서도 더욱 단단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사업 준공이 곧 새로운 출발점인 이유다.

도시재생 현장은 단순한 환경정비에서 사회적 재생, 경제적 부활로 진화해 간다. 선도 사업지인 전남 순천에서는 빈집이 사라짐은 물론, 사회적 경제기업이 40개나 만들어져 마을이 일터가 되고 관광객과 매출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제도와 내실 있는 지원 체계를 더욱 정교히 다듬고 있다.

도시 쇠퇴가 가속화되고 전국 2,300곳의 읍·면·동이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지금, 삶의 질 제고, 혁신 성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도시재생뉴딜사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제 준공 1호를 시작으로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의 꿈은, 더욱 빨리 가시화될 것이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생태·문화·역사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주민은 물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애정이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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