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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고] 주택정책 궁극적 목표는 '주거 복지'(2018. 1. 25)

<기고, 조선일보(2018. 1. 25.)>

주택정책 궁극적 목표는 ’주거 복지’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정부 정책을 의사의 진료 행위로 비유하자면, 단기적으로는 아픈 부위를 낫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체질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일이다. 주택정책도 단기적, 장기적 해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투기 억제나 과열된 수요를 조절하는 것은 단기 해법이면서 전체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장기 해법이 된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최소 몇 년이 걸리지만, 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는 단기적 효과도 크다.

새해 주택 시장이 뜨겁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등 일부 고가 아파트에 집값 상승 기대 심리와 투기 수요가 맞물려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 공시 가격 9억원을 넘는 10만가구는 전국 주택 수의 0.6%에 불과하다. 이 적은 물량이 전국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민의 불안 심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예의 주시하는 것이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정책을 펴는 게 아니다. 높은 전·월세와 주거 불안으로 고통받는 860만 무주택 가구도 있다.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좁은 공간에서 위생과 안전 등 열악한 주거 현실에 처해 있는 가구도 103만이나 된다. 주택정책은 이처럼 양극화된 시장을 함께 품어야 한다.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과 내리기를 바라는 사람 등 정반대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공급 부족이 문제라는 사람과 다주택자 등 주택 소유 불균형이 근본적 문제라는 주장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의 다양한 이해관계,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주택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처방과 해법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발표한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주거복지로드맵’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즉각적 치료와 체질 개선이라는 장·단기 해법을 함께 담은 것이다.

올해부터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이 정상적으로 부과되고, 이달 말 새로운 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가 도입된다. 4월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다. 불법 청약이나 전매(轉賣)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과 다운계약, 편법 증여 등 세금 탈루 조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특정 지역에서 이상 과열 현상이 지속하면 더 정교한 추가 대책을 검토할 것이고, 보유세와 임대소득세는 공평과세의 원칙에 따라 개편할 것이다.

집은 공산품과 달리 단기간 대량 생산이 어렵다. 기본 재료인 토지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무한정 생산할 수 없다. 변곡점을 맞은 주택 시장은 단기 과열에 대한 대증요법도 필요하고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는 꾸준한 공급도 필요하다. 다만, 주택 시장 안정은 주거 복지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주택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주거 복지다.

주거 복지는 정부 힘만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과 사회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일부 대학의 기숙사 확충이 지역 주민 반대로 지연되는 것을 보면서 다 함께 더불어 사는 주거 복지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시장 참여자의 습성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가 국민 누구라도 적은 주거비로 양질의 주택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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