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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고] 함께 사는 집을 위한 선택, 임대차3법

<기고문, 한겨레신문(’20. 9. 1.(화) 게재>

함께 사는 집을 위한 선택, 임대차3법

김 현 미(국토교통부 장관)

“4년은 평온합니다.”
한 언론인이 쓴 글의 제목을 본 순간 목 주위가 뜨거워지나 했더니 이내 그 온기가 눈가로 올라갔다.
“전월세 계약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보증금이 올랐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2년마다 산산이 깨졌습니다. 10년 이상 홑벌이 하면서 천정부지로 뛰는 전월세 보증금을 따라잡을 재간이 없었습니다”라는 글에서 그간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7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에 쓰인 칼럼이다. 대한민국 가구주 대다수는 현재 세입자이거나 세입자였던 경험이 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면 더욱 더 남의 이야기일 수 없다.

거주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언적 조항에 불과했다. 지난 7월 31일 임대차 3법으로 제도화되면서 비로소 세입자는 최소한의 인권에 다가서게 됐다.

집이 있는 경우 거주기간은 평균 10.7년이지만 전·월세 세입자는 3.2년이다.
주거 불안정성은 젊은이들에게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주택 거주기간은 청년 1.4년, 신혼부부는 2.2년에 불과하고 40세 미만 가구주들은 최근 2년 내, 열 중 일곱(69.7%)이 이사했다. 한 차례 계약갱신 요구 권한을 과하다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 845만 임차가구 중 공공임대 거주자가 아닌 688만 가구에게 소득증가율을 훌쩍 상회하는 임대료 인상은, 사실상 계약 갱신 거절과 같은 신호다. 집값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노력과 동시에 마땅히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미 독일·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임대료 규제와 함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기한 없는 임대차 계약이 일반화돼 있다. 우리는 늦게나마 임대인의 재산권과 임차인의 거주권 간 균형 잡힌 권리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오래된 제도를 바꾸는 데에는 불가피한 고통이 따른다. 정부는 걱정하는 목소리를 빠짐없이 듣고 있으며 객관적인 시장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미 준비된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보완대책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행 4%인 법정 월차임 전환율을 2.5%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임차인의 월세부담을 낮췄다.
뒤늦은 정책이며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도 겸허히 듣고 있다. 세입자의 주거권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첫걸음이자, 집을 상품만이 아닌 주거공간으로 인식하자는 사회적 합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5년 뒤 우리는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0년 뒤에는 어떨까 등등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긴 호흡으로 이런 획일성을 개선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일단 4년의 걱정을 덜어낸 지금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
‘미래의 우리집을 그려보며’라는 제하의 또 다른 언론인의 칼럼이다. 이러한 바람에 정부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임대 및 분양주택의 공급확대와 함께, 보다 안정된 임대차 문화로 응답할 의무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안착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성과가 국민의 주거안정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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