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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고] 공공임대주택 240만 가구의 의미

<기고문, 중앙일보(’20. 3. 25.(수) 게재>

공공임대주택 240만 가구의 의미

김 현 미(국토교통부 장관)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 나라의 기초체력이 드러나고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사회의 방어기제는 안타깝게도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취약계층은 위기 앞에 항상 더 취약하다. 공공임대주택 역시 기초체력을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저렴한 임대료로 오래 살 수 있는 삶터는 절실하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거복지로드맵’을 수립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럽 복지국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는 전 세계에서 새로운 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나라다. 올해는 173만2천호로 주거안전망의 상징적 지표인 공공임대 물량이 OECD 평균(8%)에 도달하고 2022년에는 보급 50년 만에 공공임대주택 200만호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공공주택 공급은 입주까지 많은 시간이 든다. 재정여력보다 부지발굴이 더 큰 문제다. 정부가 240만호로 미리 목표를 설정하고 공급계획을 2025년까지 확장하는 주거복지로드맵2.0을 마련한 이유다.

로드맵2.0의 특징은 두 가지다. 먼저 목표치에서 과감하게 거품을 걷어냈다. 240만호는 그간 시민사회가 물량 부풀리기 수단이라고 지적해온 공공지원민간임대 물량이 제외된 장기 공공임대주택만을 산출한 수치다. 양적 공급에서 질적 공급시대로 대전환을 시도했다는 점도 괄목할 일이다. 정량적 실적달성에 매진하느라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체감할 수 있는 세심한 지원 역시 정부의 마땅한 소임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앞으로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수요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증금, 이사비, 돌봄까지 종합 지원하여 주거복지의 품질을 높여나갈 것이다.

지원대상 중 이주를 희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임대주택을 100%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240만호는 다른 목표치보다 조금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을 지키기 위한 주거안전망이 비로소 제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주택 800만가구 중 지원대상인 소득하위 50% 400만가구의 평균 이주희망 비율(60%)을 감안한 수치인만큼, 정부는 더 많은 무주택서민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추가공급을 통해 대상과 이주희망 비율도 높여나갈 것이다.

어떤 위기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고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공공임대주택의 핵심 가치다. 그래서 복지국가는 더 많은 공공주택이 자긍심이 되는 나라다. 이제 그 미래로 가는 로드맵 2.0이 본격 가동된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 이는, 더욱 넓고 촘촘한 안전망이 되겠다는 선언이자, 사회의 기초체력을 더 튼실하게 키우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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