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5억 8천만 원인 울산 A아파트는 재산세 90만 원을 내고, 시세 15억 1천만 원인 마포 B단독주택은 재산세 80만 원을 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지 않나요?
그동안 공시가격이 형평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시가격이 현실, 즉 부동산의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A아파트는 2018년 기준 공시가격이 4억 2천만 원, B단독주택은 3억 8천만 원입니다. 시세는 B단독주택이 A아파트보다 2배 이상 높은데, 오히려 공시가격은 4천만 원 낮다보니 더 비싼 아파트가 세금은 더 적게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된 거죠.
공시가격은 재산세나 상속․증여세 등 조세와 각종 부담금,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0여 개 행정목적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부동산의 공적 가격입니다. 공시가격이 이처럼 중요한 만큼 시장에서 거래되는 부동산 재산의 가격이나 가치만큼 공시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출되어야 과세 등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을 겁니다. 부동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 건 당연하겠죠? 형평성은 필수고요.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산세․건강보험료 등 60여 행정의 기초인 공시가격,
부동산 유형․지역․가격대 따라 불균형 심각
그러나 공시가격은 그동안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의 부동산 유형, 지역, 가격대별로 불균형이 컸습니다. 특히 시세조사가 쉬운 아파트 등 공동주택보다 시세조사가 어려운 단독주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습니다. 값은 아파트보다 훨씬 더 비싼데도 단독주택이란 이유로 공시가격도 낮고 세금도 덜 낸 경우가 많은 거죠.
특히, 같은 부동산 유형이라도 가격대가 높을수록 공시가격에 상대적으로 시세를 덜 반영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가격대가 높을수록 시세의 오름 속도가 더 빠르고 기울기가 더 가파른데 반해 공시가격은 이 시세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현실화가 더뎌지고 시세 기울기보다 공시가격 기울기가 완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유적으로 예를 들면, 연간 시세는 10% 올랐는데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2% 상승하는 것으로 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8%의 격차가 누적되어 현실의 시세와 완전히 동떨어진 공시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가 올해 2019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부터 이 비현실적인 격차를 바로잡고자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 여러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공시가격 산정의 원칙과 기준, 과정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것입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 산정 방식이 잘못되어 일산과 분당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이가 크다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일산과 분당 공시가격 현실화율, 전국 평균 68.1%와 비슷한 수준
그 주장에 따르면, 수도권의 같은 1기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달라 동일 시세의 아파트인데도 일산이 분당보다 재산세가 더 나왔다고 합니다. 2018년 기준 일산 서구 현실화율은 71.6%, 분당의 현실화율은 60.7%로, 현실화율 격차가 최대 10%P 이상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산출한 두 지역의 현실화율은 전국 평균인 68.1%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말이죠. 왜 그럴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주장의 근거가 된 공시가격 계산식이 부동산 유형, 표본 수, 비교시점 등 통계적으로 여러 오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193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시의 유명 여론조사회사였던 ‘다이제스트’가 표본 유형의 오류에 빠져 32대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누르고 알프 랜던이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예측과 달리 루스벨트가 60%의 압도적 득표로 다시 대통령에 선출된 바 있죠. 그밖에도 표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전체적인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특정 시기의 조사결과를 사용함으로써 오류에 빠진 사례들은 역사적으로 많습니다.
어쨌든, 국토교통부는 이 계산 방식의 오류를 확인하기 위해 그 계산식을 적용해 서울 자치구들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계산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일부 지역에서 무려 20%P 차이가 나는 등 일산과 분당의 차이인 10%P보다도 더 크게 오차가 벌어졌습니다.
그 계산식에 따르면, 서울의 인접한 A와 B, 두 자치구의 경우 A구의 2018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9.8%, 2019년 현실화율은 57.3%입니다. 그러나 B구의 2018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38.3%, 2019년 현실화율은 37.7%입니다. 2018년 A구과 B구의 현실화율 차이가 무려 21.5%P나 벌어진 것입니다. 2019년 공시가격은 19.6%P의 차이가 났습니다.
반면,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산출한 바에 따르면, A와 B 두 자치구의 현실화율은 전국 평균 68.1%와 비슷하며 서로 1.0%P만 차이가 납니다.
국토교통부가 추정한 현실화율은 비교적 고른 수치인데, 이 주장에서 사용한 산식에 따라 계산한 현실화율은 왜 들쭉날쭉하는 걸까요?
이 주장에서 사용한 산식은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평균 공시가격/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표본 평균매매가격’입니다. 분자에는 연립과 다세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분모에서는 연립과 다세대를 빼고 아파트 가격만 계산에 넣은 것이죠. 반면, 국토교통부 산출 방식은 ‘공시 대상 공동주택 공시가격총액/공시 대상 공동주택 시세총액’입니다.
시세․현실과 동떨어진 공시가격, 시세․현실에 맞춰야 합리적
앞의 주장에서 사용한 계산식은 분모와 분자에 사용된 수치의 특성이나 의미가 완전히 다르며, 표본 역시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일산서구와 성남 분당구의 2017년과 2018년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연간누계변동률과 해당 두 지역의 2018년 1월 1일 기준과 2019년 1월 1일 기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을 비교해봤습니다. 참고로, 2017년 매매가격은 2018년 공시가격에 반영되고, 2018년 매매가격은 2019년 공시가격에 반영됩니다.
비교 결과 2017년 2.43%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한 일산 서구는 2018년에 –2.21%로 하락했는데, 공시가격은 2018년 기준 3.95% 상승하고 2019년에는 –3.31%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성남 분당구의 경우에도 2017년과 2018년 매매가격지수가 각각 7.22%과 12.73% 상승했는데, 공시가격 변동률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12.52%와 17.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두 지역의 아파트 가격 변동 추세와 공시가격 변동 추세가 유사하며, 앞서 밝혔듯이 현실화율 역시 전국 평균 68.1%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유형의 부동산, 또는 고가 부동산의 세금을 더 올리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잘못된 관행에 의해 누적되다보니 이제는 시세와는 너무나 괴리가 커진, 그래서 현실과 동떨어진 공시가격을 조금씩 현실에 맞추겠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세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가야 합니다.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는 것은 상식의 회복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상식의 회복과 형평과 합리적 과세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를 차근차근 추진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