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주요업무계획

행복 주춧돌, 안전한 삶의 공간을 위해선_헤럴드경제 기고(2015. 4. 22.)

1년 전 우리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국가적 아픔을 겪었다. 꽃을 채 피우지 못한 사랑스런 우리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스러져갔다. 모든 잘못은 어른들이 했는데, 아이들은 오로지 그 어른들만을 믿고 기다렸다. 생각할수록 사무치게 미안하고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선 안된다.

세월호 1년은 우리에게 수많은 교훈을 줬다.

건축물 안전이 대표적이다.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판교 환기구 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등 한순간의 방심과 부주의는 되돌릴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특히 화재의 경우 한해 평균 260여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건축물 안전제도에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유사 사고를 방지하고 건축물 안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지난해 5월 33개 단체, 76명의 전문가로 안전TF팀을 꾸리고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물론 예전에도 개별 사고에 대한 안전대책은 있었지만 단편 처방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첫째, 불법행위 근절과 책임 강화다. 현재는 건축물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게다가 처벌이 없다. 부실공사로 발생하는 기대이득이 처벌보다 크기 때문에 처벌을 무릅쓰고 부실공사를 하게 된다. 상습적으로 불법 행위를 하는 건축 기술자에 대한 제재 장치도 없다.

그래서 정부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건축 관계자가 건축에 참여하기 어렵도록 제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가 상근하는 건축지원센터를 설립해 건축허가 시 현장조사 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건축물 규모와 용도 등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에 대한 보완이다. 20층 건축물이나 3층 다세대주택에 큰 차이가 없는 기준이 적용되고, 마우나 리조트 같은 PEB(Pre-engineered Building) 구조의 특수구조 건축물도 일반 건물과 동일하게 설계ㆍ감리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50층 이상 초고층건축물 구조와 인접대지 안전에 대한 안전영향평가를 추진하고, 특수구조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에 구조기술사 참여를 의무화했다. 소규모 건축물의 맞춤형 간이구조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불연성 마감 재료를 사용하는 건축물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셋째, 건축안전 제도에서 소외돼 있는 건축물 안전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초점이다. 지금까지는 붕괴와 방ㆍ내화 위주로 규제하고,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볼라벤 태풍으로 인한 광고탑 붕괴, 마포 영화관 내부 마감재 탈락 사고 등 안전 사각지대에서 사고는 빈번해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건축 현장을 불시에 점검하는 ‘건축안전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무작위로 현장을 선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하게 관계자들을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모니터링 사업 결과에 따르면 아직 개선해야 할 관행들이 많다. 샌드위치패널의 경우 점검 현장의 80% 이상이 부적합한 성능의 가짜 패널을 사용했다. 구조설계의 50% 이상이 기준에 부적합했다. 게다가 결과를 건축주와 지자체에 통보하더라도 비용과 인력 등을 핑계로 개선에 미진한 것이 현실이다.

국민 행복의 주춧돌인 건축물 안전을 확보하려면 국민, 전문가, 정부 모두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국민은 안전을 위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해야 하며, 건축 관계자는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갖고 건축 업무에 임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한 생활공간 확보를 위해 제도개선, 이행력 강화 등 실효성 있는 안전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하여 국민, 전문가, 정부의 ‘3박자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