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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고] KTX-이음, 대한민국을 ‘잇다’

<기고문, 헤럴드 경제(’21. 1. 7.(목) 게재>

KTX-이음, 대한민국을 ‘잇다’

손 명 수(국토교통부 제2차관)

“오전 6시에 청량리역을 출발한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마지막 역인 안동역에 도착합니다. 오늘도 빠르고 편안한 KTX-이음을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2021년 1월 5일 8시 3분, 종착역 도착 안내 방송과 함께 KTX-이음 열차가 안동역에 들어선다. 중앙선 KTX 시대가 열리며 기존에 무궁화 열차로 3시간 36분이 걸리던 청량리와 안동 간 운행 시간이 2시간여로 단축된 것이다.

KTX-이음의 중앙선 운행으로 KTX 수혜지역이 충북, 경북 내륙으로 확대됐다. KTX가 처음 자리 잡을 때부터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착실히 준비해 온 KTX-이음이 첫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KTX가 남북으로 긴 우리나라 지형에서 경부선과 호남선을 축으로 속도 혁명을 일으켰다면, KTX-이음은 중앙선 신규 노선을 달리며 전국 KTX 생활권 시대를 여는 초석으로서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뤄낼 것이다.

시간적 거리를 줄이는 효과 못지않게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마음을 더 가깝게 ‘잇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제 유서 깊은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안동과 제천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한 이웃 도시로 자리 잡을 것이고 지역에는 더욱 활기가 돌 것이다. ‘KTX-이음’이 물리적 공간의 연결을 넘어 문화를 나누고 사람을 잇는 교류와 화합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께서 ‘KTX-이음’이라는 이름을 선택해주신 것도 이 같은 바람과 소망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KTX-이음은 우리 기술로 제작한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로 ‘2050 탄소중립’ 실현에도 앞장설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승용차의 15%, 디젤 기관차의 70% 수준에 불과하고 좌석 당 전력소비량도 기존 KTX 대비 21% 적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KTX-이음 열차를 서해선·경전선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150㎞급·180㎞급 등 다양한 차량도 선보여 2029년까지 모든 여객 열차를 저탄소·친환경 열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202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대비 26%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TX-이음을 중심으로 친환경 이동수단인 철도를 적극 확충하여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것이다.

아울러, KTX-이음은 각 객차에 동력장치가 분산되어 있어 앞·뒤 차량에 동력이 집중되어 있는 기존 KTX보다 가·감속 성능이 24%나 우수하다. 역과 역 사이 간격이 짧은 우리나라 노선에 최적화되어 있음은 물론, 승객 수송능력과 비상운행 기능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를 주로 운용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국가에 고속열차를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철도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든 고속철도 KTX와 SRT부터, 인근 도시들을 이어주는 ITX와 새마을, 대도시 생활권을 확장시킨 광역철도, 수도권 출퇴근 교통혁명을 일으킬 GTX, 그리고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는 시속 400km급 초고속열차까지, 철도는 각자의 역할 분담을 통해 교통망을 촘촘히 연결하며 모든 국민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KTX-이음의 등장으로 철도의 속도와 운영체계 전반의 효율은 더욱 높아져 우리 국민들의 이동은 더욱 편리해 것이다.

우리는 이제 KTX-이음을 타고 내륙지역의 여행을 언제라도 가볍게 떠날 수 있게 됐다. 새롭게 생긴 역사 주변에는 버스를 비롯한 연계교통이 확충되고 더 많은 사람이 오가며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대한민국 어디든 KTX를 타고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은 교통 분야의 새로운 희망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평범하게 누렸던 만남과 살가운 접촉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하나뿐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서 코로나 19 감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하루 빨리 감염의 고리를 ‘끊고’, 우리의 일상과 마음을 ‘잇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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