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말과 글

차관

HOME 말과 글 차관

[헤럴드경제 기고] 함께 만드는 안전, 사람 중심의 건설

< 기고문, 헤럴드경제(3. 11.(목)) 게재 >

함께 만드는 안전, 사람 중심의 건설

윤 성 원(국토교통부 제1차관)

‘안전제일’, 건설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현장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슬로건이다. 별도로 설치한 안전펜스나 현수막이 아니더라도 작업복이나 안전모 등 곳곳에 새겨져 있어 우리 눈에 자주 들어온다. 누구나 알고 있고 실천해야 하는 ‘안전제일’은 이제, 하나의 구호를 넘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이자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제일’이란 구호는 미국의 철강회사 US스틸의 사장 엘버트 헨리 게리의 경영방침 ‘Safety First’에서 유래됐다. 사실 이 회사의 경영방침은 ‘생산제일, 품질제이, 안전제삼’이었다. 게리 사장은 많은 재해가 일어나며 품질 저하와 생산성 악화로 이어지자 1906년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경영방침의 순서를 다시 정하고 꾸준히 실천했다. 그러자 재해가 줄어들고 품질은 좋아졌으며 생산성이 향상됐다. 이 같은 효과에 ‘안전제일’이라는 말은 세계 산업현장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안전제일’이라는 말이 생겨난 지 한 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 산업현장에는 ‘안전제일’이 확고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모든 산업에서 안전 문제가 중요하지만, 건설산업은 특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 건설현장에는 수많은 인력과 중장비, 자재들이 쉴 틈 없이 오가고, 발주부터 설계-시공-감리로 이어지는 복잡한 공정 단계가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건설현장이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며 안전관리가 더욱 필요해졌다.
이 같은 산업 환경과 시대적 흐름, 국민적 요구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건설안전 혁신방안’을 비롯한 8차례의 안전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건설산업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2017년 506명에서 지난해 약 460명으로 10%가량 줄어드는 성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건설 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산재사망자 중 건설업 사망자 비율이 19.9%인 미국이나 14.9%인 독일 등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사망자 비율은 50.1%로 매우 높다. 소규모 건설현장에 사고가 집중되고 있고, 추락사고와 같은 후진적인 사고 비율이 여전히 높다는 것 역시 큰 문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으로 기업과 경영자에게 노동자의 안전·보건 보장을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 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올해 건설사고 사망자 수를 전년 대비 20%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현장 안전강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소규모 취약 현장 중심으로 건설현장 점검량을 작년 대비 6배 이상 확대한 1만5여 곳을 점검한다. 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국토안전관리원과 함께 전국 어디든 1시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5개 권역별 점검반을 구성했다. 또한 고위험 공사에 대한 불시점검 비율도 작년보다 대폭 확대하여 사업자와 노동자의 자발적 사고 예방을 유도할 계획이다.

건설안전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나선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부터 설계·시공자 등 건설참여 주체별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사고손실 대가가 예방비용보다 크다는 인식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건설안전특별법이 시행되면 발주자는 적정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제공해야 하고 원청인 시공사는 하도급사 보다 권한이 큰 만큼 안전시설물 설치 등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특히 안전관리 책임을 소홀히 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영업정지·과징금 등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건설현장을 안전한 일터로 탈바꿈시키는 무엇보다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고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전문화의 확산과 함께 노동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따라서 건설현장의 안전 위협 요소를 발견하면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전 국민 상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건설산업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강화를 위한 사고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안전에 대한 투자가 노동자를 보호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안전제일’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이미 한 세기 전 확인했다. 이제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모두의 노력과 실천으로 건설산업이 사람 중심의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