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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고] 철도투자 확대, 미래를 위한 투자

철도투자 확대, 미래를 위한 투자

황성규(국토교통부 제2차관)

“조선이 강하고 부유하고 외국에 대접을 받으려면 나라 안에 철도를 거미줄 같이 늘어놓아 인민과 물화 운전하기가 편리하게 하고, 전기 철도들이 개미같이 왕래해야 한다.” 이 글은 1896년 10월 10일 자 독립신문 기사의 한 대목으로 국가 경제발전과 국민복지의 향상을 위한 철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세기도 훨씬 더 전에 작성된 기사지만, 근현대를 포함해 현재 시점에서도 철도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의미하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포겔(1964), 맥그리비(2008) 등 해외 연구자들도 미국, 독일, 브라질 등의 사례 연구를 통해 철도투자가 도로‧해운 등 다른 교통수단보다 국가 경제발전에 있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6ㆍ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고 국가기간산업 기반을 닦기 위해 196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철도 건설에 나섰다.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을 개통했고, 2004년에는 경부고속철도 1차 구간이 개통돼 고속철도 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철도들은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철도교통의 발달은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본격적인 고속철도 운영으로 서울과 부산을 2시간대에 이동할 수 있게 됐고,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를 맞이했다. 시민들은 원하는 곳을 정해진 시간에 더욱 빨리 갈 수 있게 되었고, 이동수단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되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리고 최근 철도는 삶의 질 향상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한 하나의 운송수단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과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길 촉매로 부각되고 있다. 철도의 새로운 역할과 파급력에 주목하며 ‘새로운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9년 5조7천억 원이었던 철도예산을 올해 8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철도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올해 개통 예정인 부산~울산~포항, 이천∼충주 등 노선과 같이 국가 교통망의 근간인 간선철도 노선 확충으로 지역 간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나 신안산선과 같은 광역철도망 구축을 통해 출퇴근 혼잡 문제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친환경·저탄소 그린 철도의 확대에도 나섰다. 올해 1월 4일, 중앙선 원주~제천 노선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신개념 고속철도 ‘KTX-이음’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승용차의 15%, 디젤철도차량의 70% 수준에 불과하고, 좌석 당 전력 소비량도 기존의 KTX 보다 21% 적다. 정부는 2024년까지 KTX-이음을 중부내륙선, 중앙선, 서해선, 경전선, 장항선 등 전국의 주요 철도 노선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전선이 없어 디젤철도차량만 운행이 가능했던 구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작은 전기철도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전철화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내년에 포항에서 동해까지 노선을 전철화 하는 사업이 마무리되면 동해선 전 구간을 전기철도차량이 다닐 수 있게 돼 환동해경제권의 기반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127년 전 오늘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국을 창설하고,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시작을 알린 매우 뜻깊은 날이다. 철도의 날을 맞아 그간 철도가 경제발전과 국민 복지 향상에 기여 해온 바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균형발전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더 큰 미래를 열어 가는데 앞장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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