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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고] 탄소중립 시대, 대중교통의 역할

<기고문, 중앙일보(’21. 9. 10.(금)) 게재>

탄소중립 시대, 대중교통의 역할

황 성 규(국토교통부 제2차관)

이번 여름 때 이른 폭염과 ‘스콜’을 연상케 하는 소나기, 가을장마 등 예년과 다른 날씨들은 기후 변화의 신호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는 지난달 이를 재확인 시켜주듯 예상보다 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내놓았다. 현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평균기온 1.5도 상승이 기존보다 10년 이상 당겨져 2040년 이전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기후변화 위기를 막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을 지난 8월 5일 공개하며 공론화를 시작하였고, 국회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을 8월 30일 의결하였다.

탄소 배출이 산업과 발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교통 분야 역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완성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원칙을 천명하며 무공해차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 속에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불과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해 지난 7월 백만 대를 돌파하였다.

정부도 친환경 교통수단의 확대와 함께 더 많은 국민들이 승용차 대신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먼저 2030년까지 약 92조원을 투자해 전국 주요 도시를 2시간대로 연결하고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30분 내로 단축하는 친환경 철도 교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도시 구석구석을 빠르게 연결하는 급행버스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여 2030년까지 전용차선을 갖춘 간선급행버스(BRT) 노선을 10배 이상 늘리고, 철도처럼 많은 인원을 시간에 맞춰 실어 나를 수 있는 BTX(Bus Trasit eXpress) 버스도 도입할 것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최적의 이동 수단을 알려주고 한꺼번에 예약·결제까지 가능한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환승 할인과 마일리지 적립 등 경제적 혜택을 확대하여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진작시켜 나갈 예정이다.

대중교통의 친환경 전환 속도도 빨라진다. 철도는 올 1월부터 기존 KTX보다 좌석당 전력 소비량이 21% 적은 ‘KTX-이음’ 운행을 시작하였고, 2029년까지 모든 여객 열차를 저탄소·친환경 열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탄소 절감 효과가 승용차보다 16배나 큰 전기버스의 대규모 보급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구매보조금 지원, 충전네트워크 확충, 차량 개발 지원 등을 통해 무탄소 버스 운행이 버스업계에 경제적으로 유리해지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승용차가 자율주행 기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과 결합해 하나의 문화·생활공간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높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승용차보다 더 빠르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인류가 마주한 기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매력적인 대중교통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국민들께서도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이용에 동참해 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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