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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고] 천사대교, 천사의 섬에 날개가 되다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은 이미 관광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며 또 한 번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런데 사실 센토사 섬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을씨년스러운 무인도나 다름없었다. 과거 해적들이 모여 살았던 본거지로 ‘등 뒤에서 죽음을 맞는 섬’이란 섬뜩한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1970년대 초 최초의 연도교가 놓이고 싱가포르 정부의 대규모 개발이 시작되면서부터 해마다 2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고작 700m 규모에 불과한 교량이 센토사 섬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은 것이다. 유명 리조트와 테마파크들이 줄지어 입성했고 인공해변과 관광, 레저시설들이 잇따라 조성됐다. 이를 통해 세계인들이 가보고 싶은 꿈의 휴양지로 대변신을 이루었다. 지금이야 재개발을 거쳐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이 센토사 섬을 방문하는 주된 수단이 됐지만, 연도교가 없었다면 지금의 센토사는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73년 건설된 남해대교는 남해군을 산업화의 전진기지로 탈바꿈시켰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는 조선과 기계 산업의 통합적 시너지를 높였으며, 여러 관광지를 편하고 빠르게 둘러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인천대교, 석모대교, 노량대교 등 많은 연도교 또는 연륙교들은 국민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시키고 지역과 국가의 경제 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4일, 또 하나의 연도교가 9년 여의 대역사 끝에 국민의 품에 안겨졌다. 정부가 총사업비 5814억 원을 들여 완성한 전남 신안군 암해읍과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가 정식으로 개통된 것이다. 천사대교는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다.

총연장 7.22㎞에 달하는 천사대교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긴 해상교량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하나의 교량에 사장교와 현수교가 동시에 배치됐다. 장대교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나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만일의 상황에 신속한 비상조치가 가능하도록 최첨단 방재시스템을 갖춰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 모든 공정을 외국 기술자의 자문이나 도움 없이 100% 국내 기술로 건설했다는 점에서도 갖는 의미가 크다.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은 기상 악화로 발이 묶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정해진 배편으로만 다녔던 길을 이제는 24시간 언제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동차로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1시간까지 걸렸던 뱃길이 10분 정도의 육로로 단축돼 연간 최소 276억 원에 달하는 물류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지역민들의 교육ㆍ의료ㆍ문화 등의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특산물의 원활한 유통 등 수치화하지 못한 부분까지 따진다면 천사대교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야간에도 아름다운 교량의 모습을 볼 수 있게 LED 경관조명이 설치된 만큼 그 자체로도 신안군 지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탄생되어 서남해안권에 많은 관광수요의 창출을 견인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천사대교는 서남해안 다도해의 관문으로서 더 큰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놓을 것이다. 오랜 기다림 속에 개통된 천사대교가 서남해안 관광 루트의 핵심축으로서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상징적인 구조물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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