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떼들을 쫓아낸 침묵의 시체들/ 4대강 살리기 공사 현장
이부용(영문학 박사, 시인)
필자는 강이 좋아서, 강의 흐름이 좋아서, 그 푸른 물결이 좋아서, 강상으로 피둥
피둥 뛰어 오르는 숭어 떼들이 좋아서 낙동강 가에 조그만 전원주택 하나를 지어
살아온 지 2년째이다. 바로 밀양시 초동면 검암리 곡강마을 언덕이 그 소재지이
다. 마음이 때 묻지 않은 이 마을의 허리를 적시고 흐르는 낙동강의 경전 같은
곡강(曲江)은 꺾이어 살라는 나의 어머니이고 사랑이다. 그러나 저녁 무렵이면
온 몸으로 춤추는 숭어들의 왈츠는 어느 날 사라지고 바로 그 강의 무대 위에
찢어진 나뭇가지들과 쓰레기들이 점령군처럼 진을 치고 시간을 포식하고 있는 지
가 거의 두 달이나 된다. 원인이야 어찌됐던 빨간 오탁방지막을 설치한 이후에 나
타난 곡강의 변화이다.
곧 치울 것이라고 기다려 온 두 달 만에 부산 지방 국토관리청 담당부서에 전화
를 걸었다. 필자는 그에게 아래 내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4대강 살리기 공사
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벌이는 우리 현대사의 대 역사이므로
정부를 믿고 개인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필자는 보통 시민이다. 그러나 이 공사에
부정적인 입장의 사람들이 필자의 집에 와서 저 쓰레기들의 정체를 보고 나에게
타이르는 말들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바로 저것이 4대강 살리기 공사의
상징물이라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로 흐르는 저 강물에 선을 그은 빨간 오탁방지
막의 강제성은 오물과 쓰레기를 차단시키기는커녕 외려 오탁방지막을 넘어
흐르지 않는 강물의 시체로 남아 있을 뿐이다. 저 침묵의 시체들에 무감각한
주체들. 필자는 입을 다물었다.” 숭어 떼들도 그리고 숭어 떼를 쫒아낸 저 시체들
마저 보이지 않는 눈 먼 저 공무원들이 4대강을 살린다니 4대강의 안개 운명은
오탁방지막의 색깔처럼 빨강 신호와 더불어 슬픈 무적(霧笛)이 들려온다.“
전화를 걸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공사 과정상 부득이한 사정으로, 뛰는 숭어
들을 잠시 쫓아내고 저 괴물들의 침묵을 도모했다면 나도 침묵의 편을 들었을 것
이다. 그렇지가 않는,4대강 공사 담당자들의 흐릿한 영혼의 문제가 강상에 드러
누워 있다는 공포감이었다. 먹을거리만 충족되면 즐거운 돼지는 저 주검의 시체
들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국민의 원성이 말벌 떼처럼 잉잉거리는 여론의 여울목
에서 공사 시작부터 배를 내밀고 앉아 있는 경제 만능주의는 테베시 교외의
스핑크스를 생각나게 한다. 4대강 살리기의 옳고 그름의 아리송한 질문에 오답
을 내린 내 영혼이 스핑크스의 제물이 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너무도 우울하다.
언덕 위의 하얀 물새알 같은 내 집이 신음소리를 낸다. 흐르는 강물을 멈추지
말라고. 정지된 저 침묵의 시체들을 어서 건져내어 묻어 달라고. 사라진 숭어 떼
들의 왈츠를 어서 보아야 한다고. 하얀 물새알이 새 생명으로 태어나 흐르는
강상을 날며 그를 노래해야 한다고. 그러나 신음소리를 들으려는 인기척은
아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