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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고] 철도가 가져올 또 한 번의 교통혁명

<기고문, 헤럴드경제(’20. 3. 26.(목) 게재>

철도가 가져올 또 한 번의 교통혁명

손 명 수(국토교통부 제2차관)

부산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대전역 승강장으로 들어선다. “본 열차 후속 새마을호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대전역에서 15분간 정차하겠습니다.” 열차에서 잠시 내린 승객들은 승강장 간이매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락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운 후 다시 열차에 오른다. 고속열차 도입과 철도개량 사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불과 20여 년 전, 우리 철도의 추억이 담긴 진풍경이다.

2004년 4월, 시속 300Km에 달하는 KTX의 개통은 그야말로 교통혁명이었다. KTX 덕분에 바쁜 사람들은 시간을 더욱 촘촘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지역 간의 교류와 세대 간의 공감대, 산업의 역동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이제 정부는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개편’을 통한 또 한 번의 교통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시속 400km로 달리는 초고속열차의 도입과 굴곡 지형이 많은 국내 환경에 유리한 준고속열차의 최초 투입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간선철도망 운영체계를 새롭게 바꾸는 한편, 광역급행철도 노선의 추가 확충도 세심히 검토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간선철도망의 속도 향상이다. 시속 400km급 초고속열차의 도입으로 KTX 개통 이후 15년 넘게 머물러 있던 시속 300Km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전국 반나절 시대를 넘어 1시간 시대를 열고 단축된 시간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는 치열한 속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계 철도시장을 선점하는 큰 힘이 됨은 물론이다.

마침, 속도 향상을 추진하기에 상당히 좋은 여건이 확보되어 있다. 고속철도의 병목구간을 해소하기 위한 신규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섰고, 2024년부터 경부고속철도 시설물의 내구 연한이 도래함에 따라 인프라를 보강하는 적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기술기준과 마스터플랜 마련, 차량기술 보완, 재원 확보 등 주요 과제들을 차질없이 보완해 새로운 초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각 객차에 동력장치가 분산되어 있어 가·감속 및 열차 운행의 효율성이 뛰어난 260km/h급 준고속열차 차량(EMU-260)이 올해 말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에 처음 투입된다. 이후 연차별로 중앙선과 경전선, 서해선 등에 준고속열차가 투입되면 속도 향상의 효과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한편, 400km/h급 고속철도 추진의 효과 역시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고속화만큼 급행·직행화에도 집중한다. 모든 열차가 수백 킬로미터의 장거리를 운행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효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간선철도망 운영체계를 개편한다. 운행 거리를 기준으로 (준)고속열차와 셔틀열차의 역할분담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간선철도망의 전략적 운영을 위한 운영체계를 갖춰 갈 것이다. 철도시설과 차량의 하드웨어 혁신을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혁신인 셈이다. 이는 철도속도 향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철도운영체계 전반의 효율성을 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역급행철도 사각지대 해소에도 나선다. 수도권 신도시 등 급행철도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철도망 확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수도권 신규 노선은 다양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 확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업 필요성과 여러 대안 노선, 타 교통망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다. 신규 급행철도는 GTX 3개 노선과 신안산선 등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인 타 노선들과 함께 수도권의 출퇴근 교통혁명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철도는 하나의 ‘네트워크(網)’로 움직인다. 한 측면의 변화가 전체 네트워크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그 영향을 선제적으로 분석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친환경 대규모 이동수단이면서 정시성이 보장되는 철도 네트워크를 간선철도 – 광역급행철도 – 도시철도 등 기능별로 잘 연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 그리고 버스, 퍼스널모빌리티 등 다른 교통수단과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국민들의 이동을 편안하고, 편리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정부가 그려가고 있는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개편’의 방향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는 교통체계와 우리 생활에 또 한 번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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