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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고] 항공 회복, 글로벌 협력에서 답을 찾다

<기고문, 헤럴드경제(‘21. 9. 30.(목) 게재>

항공 회복, 글로벌 협력에서 답을 찾다

황 성 규(국토교통부 2차관)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만남과 여행은 어느새 특별한 일이 돼버렸다. 일하고, 공부하고, 살아가는 모든 삶의 방식에 있어 이제는 언택트와 온택트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이동이 멈추면서 지난 수십 년간 국가 간 경계를 없애고 도시 간 교류를 넓혀온 항공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하늘에 떠 있어야 할 수많은 항공기는 공항에 멈춰 섰다. 우리나라와 직항 노선이 있던 45개 국가 중 20개 나라가 입국 금지 조치와 해외 방문객의 자가 격리를 의무화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약 85% 감소했다. 비행기들이 줄지어 떠나고 도착하기를 반복하며 여행객들로 붐볐던 공항은 한산해졌고, 조종사를 비롯한 항공 산업 종사자들은 장기휴직이나 해고 등의 어려움과 마주하고 있다. 관광산업 등 항공과 밀접한 파생산업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부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발 빠른 대응으로 적자를 줄여나가고 있고, 정부도 고용유지지원금,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등을 통해 항공업계를 지원하고 코로나 방역 우수국가들과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는 등 항공운송량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 국가를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항공 산업의 특성 상 어느 한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항공 산업이 원래의 위상을 되찾기는 어렵다. 세계 각국이 힘과 의지를 모아 방역을 이유로 굳게 닫았던 국경을 개방해야만 항공 산업은 비로소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항공 회복을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주관으로 다음 달 12일부터 열흘간 진행될 ‘코로나19 대응 고위급회의’는 항공 산업이 잠시 접고 있던 날개를 다시 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193개국의 장관급 대표들이 참석해 ‘팬데믹 이후의 항공 회복과 지속을 위한 하나의 비전’을 주제로 공동의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고위급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일상의 단계적 회복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트레블 버블 도입 추진 현황과 손등 정맥을 활용한 비접촉 생체인식 출입국 시스템 등 우리나라의 정책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국제민간항공기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항공외교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아울러 항공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 간 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동선언문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영국의 2파운드 동전 테두리에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글귀가 있다. 경험을 통한 새로운 생각과 보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이다. 대한민국 항공 산업은 이미 사스, 글로벌 금융위기, 메르스 등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항공수송 실적 세계 7위의 항공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제사회가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준 덕분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의 어깨를 내밀어 도와주고, 또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항공 산업의 더 큰 발전을 이뤄가고자 한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고위급회의’에서 지구촌 항공 산업이 회복을 넘어 비상의 날갯짓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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