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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기고] 건물을 '제조'하는 스마트건설

[서울경제 기고] 건물을 ’제조’하는 스마트건설

이 원 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

건물은 건설현장에서만 지어야 할까? 공장에서 건물을 ‘제조’할 수는 없을까? 건설현장에서도 로봇이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대신할 수는 없을까? 종이책을 전자책(e-book)으로 읽듯, 두꺼운 종이도면을 디지털 데이터로 대신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창의적인 상상들이 오늘날 건설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바로 스마트건설을 통해서다.

지금 건설현장에는 건물 각 부분을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지어진 건물이 750여 채에 달하고 있으며 안전관리, 타공, 미장, 도색 등 다양한 건설공정에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3D건물모델링(BIM)을 적용하면 디지털 데이터로 여러 공사 현장 간에 소통을 할 수 있다. 모두 스마트건설이 바꿔놓은 건설현장의 모습들이다. 스마트건설은 우리 건설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이자 방향이다.

건설산업은 실물경제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는 국가 중추산업이다. 전쟁 직후 폐허가 된 국토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삶과 일상을 회복으로 이끈 주역이었고 경제성장의 큰 축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6년부터 1981년까지 중동건설 수주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절반에 육박했다. 현대건설은 1976년 당시 세계 최대규모의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공사 규모는 9억 4천만 달러로 당시 정부 1년 예산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오늘날에도 건설산업은 ‘해외건설 수주 500억 달러’를 목표로 정부·기관·민간이 원팀코리아로 힘을 모아 달리는 중이다.

다만, 그간 규모의 성장에 비해 건설산업 자체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더딘 감이 있다. 현재 건설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신기술 활용 저조로 인한 생산성 저하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건설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1.0%로 제조업 3.6%, 전체 산업 평균 2.7%에 비해 턱없이 낮다. 세계 각국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건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관련된 세계시장도 연평균 26%씩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1.6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도 건설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건설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국내에서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건설로봇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스마트건설 혁신을 위한 민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발맞춰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7월, ‘디지털 기반 전환을 통한 글로벌 건설시장 선도’를 비전으로 한 스마트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건설 전 과정을 디지털화·자동화한다는 목표로, 건설산업 디지털화, 생산시스템 선진화, 스마트건설 산업육성이라는 3대 중점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산학연관 모두가 동참하고 협력해야 한다. 관련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스마트건설 혁신과 협력방안들을 논의할 수 있는 민관소통 채널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는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가 상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이 고루 참여하는 얼라이언스는 스마트건설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정부는 미래 스마트건설 선도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향후 5년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해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100곳’을 선정하여 지원할 계획이다.

스마트건설은 우리 건설산업의 내일이자 미래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서 혁신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주역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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