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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기고] '부담금'에 발목 잡힌 재건축.

[서울경제 기고] ’부담금’에 발목 잡힌 재건축.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

우리 국토의 가용부지는 이미 부족한 상태로 접어든 지 오래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주택공급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해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수립하며 시행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국민이 뽑은 1순위는 ‘재건축․재개발 확대’를 통한 주택공급이었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편리한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도심을 그만큼 선호한다는 뜻이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 재건축이 가능한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단지는 약 7천 500곳이나 된다. 재건축은 양질의 주택을 도심지에 공급하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재건축 확대는 안정된 주택공급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이 재건축은 과거에 정해둔 기준이 발목을 잡고 있다. 2006년 제정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건축 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에 대하여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재건축부담금’ 제도가 그 중심에 있다.

법 시행 이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부과를 면제하는 유예 법안이 2차례 만들어져 적용되며 정상적으로 시행되지 못했고, 위헌 소원도 제기된 점은 재건축부담금이 시장에 많은 부담을 초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예 과정 등을 거쳐 제도가 정상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과거의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불합리한 수준의 부담금이 산정되고 주택보유 목적이나 부담능력과 무관하게 부담금이 일률적으로 부과되다 보니, 실소유자나 고령자 등 경제적 여력이 없는 분들에겐 그야말로 ‘부담금’이다.

일례로 과도하게 집값 상승을 부추겼던 특정 지역에 부담금을 부과하려던 원래 입법의 목적과 달리, 현재는 지방까지 억 단위로 산정되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담금을 부담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재건축 대상 주택을 팔아야 하는 일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이러한 불합리함을 바로잡고 주택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출범 이후인 지난해 9월,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은 적정하게 환수하되, 과도한 재건축부담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했다.

법 제정 후 집값 상승 등 여건 변화에 맞춰 재건축부담금 부과기준이 되는 면제금액 3천만 원을 1억으로, 부과구간 단위 2천만 원을 7천만 원으로 상향하고, 1세대 1주택자가 6년부터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는 경우 10~50%까지 부담금을 감면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내용의「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되어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 심의를 진행 중이다.

재건축 사업은 기본적으로 주택 소유자들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른 노력과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민간주도의 사업인 만큼 현실과 괴리된 과도한 부담금은 현장에서 집행되기도 어렵고, 그간 계속해서 지적되어 온 문제점을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이러한 사항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조속히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국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예정이다. 환수된 재건축부담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재건축부담금 제도가 정상적으로 집행될 경우,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노후아파트들이 재건축이라는 기대 속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조속히 개정되어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로 원활히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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