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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기고] 건강한 주택시장, 주거안정의 주춧돌

<기고문, 머니투데이(’20. 1. 3.(금) 게재>

건강한 주택시장, 주거안정의 주춧돌

박 선 호(국토교통부 제1차관)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며 집값이 연간 5~10%씩 치솟는다. 이에 정부는 임대료를 장기간 동결하거나 보유세를 인상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각종 안정화 정책을 전격적으로 도입한다.”

마치 우리나라 이야기로 착각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상황과 정부의 대응이 너무도 닮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는 최근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독일 베를린은 임대료 폭등을 막기 위해 5년간 임대료를 동결했고 프랑스 파리는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저소득 가구를 위해 보조금 지원주택을 추진한다. 우리도 우리 여건에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주택시장 여건을 분석할 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공급이 탄력적이지 못해 주택수요의 증가를 즉각 충족하지 못한다. 또한, 교통․학교 등 주택의 가격을 좌우하는 수많은 외부요인이 있다. 선분양, 전세제도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들이 존재하며, 주택에 대한 투자 쏠림도 높은 상황이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는 경향도 있다. 이렇다 보니 일반적인 경제학의 가격조정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주택을 거주 공간이 아닌 투자대상이라는 인식이 많다는 점이다. 수익률이 높은 재화에 투자하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투자수요로 인한 집값 상승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실수요자들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나서는 이유다.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여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건강하게 작용하는 자율시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달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가격상승을 주도한 15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차단하고,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대출한도를 낮췄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인상하고, 세 부담 상한도 높여 투자를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높였다. 대출과 양도세 부분에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 투기 수요와 차익 실현을 차단했다. 실거래 조사를 상시화하고, 특별사법경찰력 강화 등 편법․탈법 주택매입 차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서울은 연평균 4만호 가량의 아파트를 공급하여 실수요에 따른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잠재력이 높은 가로주택정비사업, 준공업지역 내 정비사업 등 도심 내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갖춰 실수요자들에게 다양한 대체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광역교통체계를 갖춘 3기 신도시 추진을 통해 실수요자 분산과 안정적인 주거 여건 조성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체투자 대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벤처, 인프라, 핀테크 등 생산 활동과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간접투자 기구인 리츠의 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간 리츠는 기관 투자자가 중심이 되는 사모리츠가 중심이었다. 정부는 일반 국민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상장리츠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누구나 쉽고 건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우량 리츠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지 보름가량 지났다. 역사적으로 정부의 시장 관리는 늘 찬성과 반대가 뒤따랐다. 앞서 언급한 독일 베를린시의 5년 임대료 동결정책, 프랑스의 반값 임대주택 정책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고 한다. 다만, 주택시장 상승기 각국의 주택정책은 일관된 하나의 목표가 있다. 바로 국민의 주거 안정이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실수요자 보호, 투기 근절 및 맞춤형 대책이라는 3대 원칙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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