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주요업무계획

[아주경제 기고] 불합리한 관행 개선…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의 첫걸음(2017. 7. 5.)

<기고, 아주경제(2017. 7. 5)>

불합리한 관행 개선…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의 첫걸음

국토교통부 2차관 맹성규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걸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핵심으로, 이는 경제적 불평등 요인의 개선으로 경제 민주주의가 이뤄졌을 때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 산업 분야에서도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문제다.

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1973년 10월 20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와 함께 개관한 오페라하우스는 최초 계획에서 10년이나 늦게 완공됐고, 당초 700만달러였던 건축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억200만달러가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호주 주정부는 복권 판매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은 사회기반 시설 건설 사업에서 자주 일어난다. 특히 도로 사업의 경우 대규모 교량·터널 등 고난이도 공사가 대부분이고, 연약지반이나 문화재 발견과 같이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변수들이 많아 예정된 공사기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에 계획 변경, 예산 부족과 같은 발주자의 사정까지 더해지면 계획된 기간 내에 공사를 마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공사기간이 늘어날 경우 상당한 금액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추가된 비용에 대해서는 책임소재에 따라 부담 주체가 정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공사기간 연장에 따라 발생한 비용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책임 유무와 관계없이 업계에서 일괄적으로 부담하도록 해왔다.

정부는 이러한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지난 연말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개정했다. 공사기간 연장의 책임이 정부에 있을 경우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지급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후 공기 연장에 대한 발주자와 계약자 간 갈등을 줄이고 추가 비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일반 국도의 공사 단계별 이력 관리를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감리비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에 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어 업계의 개선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도로 사업의 경우, 실제 투입된 비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감리비 산정 기준을 조정해 대가 현실화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보상에 있어서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실제로 소요되는 공사 기간을 반영한 감리비 산정방법 등을 비롯해 하반기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건설 문화를 조성하고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든든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더욱이 현재 우리 건설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기술과 품질이 뒤처지고, 후발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밀리는 ’넛 크래커’ 현상에 빠져들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공정·품질·안전관리 등에 있어 국내외 수많은 선진 기업들과 경쟁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강화해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부단한 노력과 정부의 제도개선이 서로 맞물릴 때 좋은 시너지를 내며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건설 산업이 이제 경쟁력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모멘텀이 되길 기대해본다.
 

목록